서론
창세기 9장은 홍수 이후 하나님이 노아와 그의 가족에게 주신 새로운 시작과 언약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과의 새로운 관계를 맺으시며, 홍수 이후의 세상을 다시 세우기 위해 인간에게 책임을 부여하십니다. 이 장에서는 생명의 소중함, 하나님과의 언약, 그리고 인간의 죄성에 대한 경고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특히 무지개 언약을 통해 하나님의 약속과 신실함을 볼 수 있으며, 노아의 실수와 그에 따른 후손들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연약함과 하나님의 은혜를 재조명합니다.
대지1: 생육하고 번성하라 (창세기 9:1-7)
해설: 홍수 이후, 하나님은 노아와 그의 아들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허락하시며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창세기 1장에서 아담과 하와에게 주셨던 동일한 명령으로,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창조의 질서를 따라 세상을 다스리고 관리하기를 원하셨습니다. 홍수 이전, 세상은 죄와 폭력으로 가득 찼으나, 하나님은 홍수 심판을 통해 죄악된 세상을 심판하시고, 남은 의인 노아와 그의 가족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세우시기를 계획하셨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하나님께 속해있고, 그분의 창조 질서 안에서 존귀한 존재로 인정받아야 하기에, 하나님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명령과 더불어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십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모든 동물들을 먹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셨지만, 생명과 직결된 피는 먹지 말라고 명령하셨습니다(2-4절). 이는 생명의 근원으로서 피가 가지는 신성함과 생명을 경시하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또한, 5-6절에서는 사람의 생명을 해칠 경우 하나님께서 그 피에 대한 책임을 물으실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사람의 피를 흘리면 그 사람의 피도 흘릴 것이니”이라는 말씀은, 생명이 가진 존귀함과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구절입니다. 이는 단순한 살인 금지의 명령을 넘어서, 모든 생명이 하나님께 속한 것이며 그분의 형상대로 지어진 인간을 보호하라는 하나님의 강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 구절을 현대적 상황에 적용해 본다면,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오늘날에도 하나님께서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명 존중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서 우리는 자살 예방, 낙태 문제, 노인과 장애인의 권리 보호 등에 대해 신중하고 경건한 태도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9년에 한국에서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있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살예방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청소년 및 노인 자살률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생명의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한 사회적 환경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생명에 대한 올바른 가르침을 전하고,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보듬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한, 하나님은 동물의 생명에 대해서도 인간이 마음대로 대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이는 우리가 환경을 보존하고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며, 창조 세계를 잘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생태계 파괴와 동물 학대가 증가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지키고 그분의 창조물을 보호하는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적용: 오늘날 우리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잃어버린 채 이기적인 행동을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명령을 기억하며 모든 생명체를 소중히 여기고, 특히 이웃과 가족, 동료와의 관계 속에서 존중하고 사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생명을 지키고, 서로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귀한 존재로서 대할 수 있도록 기도하며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대지2: 무지개 언약, 하나님의 약속 (창세기 9:8-17)
해설: 하나님께서는 노아와 그의 후손들, 그리고 모든 살아있는 생물들에게 홍수로 다시는 땅을 멸하지 않겠다는 언약을 세우셨습니다. 이는 창조주로서 인간과 맺은 첫 번째 언약으로, 조건 없이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에 근거한 약속이었습니다. 이 언약은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인간과의 관계를 지키시고, 자신의 신실함을 증명하시는 증거가 됩니다. 하나님은 무지개를 언약의 징표로 두심으로써, 홍수 후의 새로운 시대에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맺어진 관계를 영원히 기억하게 하셨습니다.
무지개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닌,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사랑과 은혜의 상징입니다. 무지개가 뜰 때마다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을 떠올리며, 그분의 신실하심을 되새기게 됩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무지개의 의미를 잊고, 그저 자연의 일부분으로만 여깁니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간 환경 보호와 관련된 논의가 세계적으로 활발해지면서, 무지개는 자연 보전과 생태 환경의 상징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지개의 원래 의미는 하나님이 인간과 생명체 모두에게 주신 은혜의 약속입니다.
무지개 언약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예화로 1945년에 출판된 엘리 위젤의 자전적 소설 *“밤(Night)”*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엘리 위젤의 자전적 소설 *“밤(Night)”*은 홀로코스트 당시 유대인 학살을 경험한 한 소년의 고통과 신앙적 갈등을 다룬 작품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유대인으로서 아우슈비츠와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끔찍한 기억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위젤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넘어, 절망 속에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있게 성찰하게 만듭니다.
나치 정권의 인종 청소 정책으로 인해 유대인들은 이유 없이 학살당하고, 가정과 공동체는 산산이 조각났습니다. 이 잔인한 현실 속에서 많은 유대인들은 신앙의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하나님은 어디 계신가?”라는 질문은 인간이 겪는 극심한 고통과 상실 앞에서 피할 수 없는 의문이었습니다. 위젤의 경험 또한 이 질문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소설 *“밤”*에서 그는 무고한 사람들이 죽음의 행진을 하고, 어린아이들마저도 교수대에 매달려 죽어가는 것을 목격하며 신앙의 본질을 다시 묻기 시작합니다. 특히 위젤이 묘사한 “아이의 죽음” 장면은 하나님을 향한 깊은 분노와 절망의 정점을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절대자의 선하심과 인간의 고통이라는 이 두 가지 문제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위젤의 고통스러운 고백은 단순한 절망의 외침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비록 자신의 신앙을 잃은 것처럼 보였지만, 하나님을 향한 의문과 분노 속에서도 끝내 하나님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 점은 구약성경의 무지개 언약을 떠올리게 합니다. 무지개 언약은 하나님께서 노아와 그의 후손들에게 하신 약속으로, 다시는 홍수로 세상을 멸망시키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창세기 9:12-17). 이 언약의 본질은 하나님의 인내와 사랑을 상징하며, 그분이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과의 관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냅니다. 홀로코스트의 끔찍한 현실 앞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시며, 인간과 맺은 언약을 지키시는 분이심을 상기시킵니다.
위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고통과 하나님의 선하심이 격돌하는 지점을 목격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때로 침묵하시는 듯 보이고, 인간은 절망의 나락에 빠져 자신을 잃기도 하지만, 무지개 언약의 본질은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이 여전히 유효함을 상기시킵니다. 하나님의 언약은 고통의 현실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으며, 인간의 삶을 끝까지 붙들고 계십니다. 마치 비가 그친 후에 나타나는 무지개처럼, 위젤이 겪은 고통과 절망 또한 신앙의 여정을 통해 소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밤”*은 하나님이 어디 계시냐고 절규하는 이들에게, 하나님은 여전히 그 자리에 계시며, 무지개 언약을 통해 우리와의 관계를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위로를 전해 줍니다.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시련을 만날 때 신앙을 의심하게 되지만, 이러한 의심조차도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엘리 위젤의 이야기는 고통의 순간에도 하나님의 언약이 변함없이 존재하며, 그분의 사랑이 고통을 통해서도 우리를 지키고 인도하신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합니다. 고난을 통해 무지개 언약을 기억하고, 절망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끝까지 우리를 지키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함을 상기시켜 줍니다.
적용: 우리가 힘든 상황에 처할 때나, 고난이 닥칠 때에도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을 향한 신실한 약속을 기억하고 의지해야 합니다. 무지개 언약을 통해 하나님이 주신 약속을 붙들며, 어떤 상황에서도 그분의 선하심과 신실하심을 의심하지 않고 믿음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환경이 변하거나, 어려움이 닥쳐도 우리와의 관계를 끝까지 지키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분의 은혜와 사랑을 경험할 수 있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대지3: 노아의 실수와 인간의 연약함 (창세기 9:18-29)
본문: “노아가 농사를 시작하여 포도나무를 심었더니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그 장막 안에서 벌거벗은지라” (창세기 9:20-21)
해설: 홍수 이후, 노아는 새로운 땅에서 농사를 시작하며 포도나무를 심습니다. 그러나 그는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자신의 장막 안에서 벌거벗은 채로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그의 아들 함은 아버지의 수치를 보고 형제들에게 알리며 조롱하였지만, 다른 두 아들인 셈과 야벳은 뒤돌아서서 아버지의 벌거벗은 몸을 덮어주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노아의 아들들의 태도가 드러납니다. 함은 아버지의 실수를 즐기며 비난하는 반면, 셈과 야벳은 아버지의 수치를 덮어주는 존경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우리는 인간의 연약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의인이라 칭송받았던 노아조차도 죄의 유혹에 빠져 실수를 저지른 것입니다. 그의 연약함은 홍수 이전과 이후, 인간은 여전히 죄를 범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중요한 점은 셈과 야벳이 아버지의 수치를 덮어주었을 때, 하나님께서 그들을 축복하셨다는 것입니다. 반면, 함은 아버지를 조롱한 대가로 저주를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주변 사람들의 실수와 잘못을 보고 쉽게 판단하고 비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마음은 연약함 속에서도 회복을 바라시며, 사랑으로 덮어주기를 원하십니다. 이와 관련해,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에서 루이스는 “모든 인간은 죄로 인해 타락한 존재이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사랑으로 대할 때 참된 회복과 화해가 이루어진다고 강조합니다.
적용: 우리의 삶 속에서도 사람들의 실수와 잘못을 바라보는 시선이 하나님과 같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함처럼 남의 실수를 즐기거나 비난하는 태도가 아니라, 셈과 야벳처럼 사랑으로 수치를 덮어주고,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로 살아가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회복을 원하시는 분임을 기억하며, 사람들을 판단하기보다는 은혜로 덮어줄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도제목
- 하나님의 은혜와 신실하심을 기억하는 믿음을 위해
하나님께서 홍수 이후 무지개 언약을 통해 보여주신 신실하심을 기억하게 하옵소서. 우리의 삶에 어려움이 닥칠 때에도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인도해주시길 기도합니다. -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는 삶을 위해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모든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존귀한 존재로 대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주변에 생명의 위협과 어려움 속에 있는 이들을 보호하고 돌보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잘 감당하게 하옵소서. - 타인의 연약함을 덮어주는 사랑의 태도를 위해노아의 실수와 그의 아들들의 반응을 통해, 우리가 다른 사람의 실수와 연약함을 판단하기보다는 사랑으로 덮어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가족과 이웃,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회복을 돕는 사랑의 도구가 되게 하옵소서.
오늘의 기도
사랑의 하나님, 노아와 그의 가족에게 새로운 시작을 허락하시고 무지개 언약을 통해 영원한 약속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게 하옵소서. 삶의 어느 순간에 넘어질지라도, 다시금 주님께로 돌아가 회복을 경험하게 하옵소서. 저희가 서로의 수치를 덮어주며,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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