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질 제자들에게 주시는 교훈(누가복음 22:24-38)

남겨질 제자들에게 주시는 교훈(누가복음 22:24-38)

 

🟨 서론

요즘 뉴스를 보면, 어디서나 갈등이 일어납니다. 정치권에서도, 기업 안에서도, 심지어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말입니다. 이 갈등의 이면에는 늘 “누가 더 크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더 인정받고 싶고, 더 높아지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제자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고난과 십자가를 예고하신 바로 그 자리에서, 제자들은 “누가 크냐”는 문제로 다투었습니다(눅 22:24).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 다툼을 그냥 넘기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죽음이 가까운 순간에도, 남겨질 제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훈을 남기셨습니다. “섬기는 자가 큰 자다.” 이 한 마디는 예수님의 삶 전체를 요약한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다시 한번 예수님의 마음을 배우고자 합니다. 제자들을 다듬으시고 세우신 예수님의 마지막 가르침을 통해, 오늘 우리도 “섬김으로 남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 본론 1. 섬김은 제자됨의 정체성이다 (누가복음 22:25–27)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다툼을 들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이방인의 임금들은 그들을 주관하며 그 집권자들은 은인이라 칭함을 받으나, 너희는 그렇지 않을지니…” (눅 22:25–26a)

이 말씀은 당시 로마 제국의 통치 구조를 염두에 둔 말씀입니다. 정치 권력자들은 군림하며, 백성 위에 군림하는 자를 ‘은인’이라 부르며 칭송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단호히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그렇지 않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예수님이 ‘너희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만 하신 것이 아니라, 제자가 무엇인지, 참된 제자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신 점입니다.
“너희 중에 큰 자는 젊은 자와 같고 다스리는 자는 섬기는 자와 같을지니라.” (26절)
예수님은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제시하십니다. 큰 자는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섬기는 자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덧붙이십니다.
“앉아서 먹는 자가 크냐. 섬기는 자가 크냐? 앉아서 먹는 자가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자로 너희 중에 있노라.” (27절)
예수님은 이 말씀을 단순히 이론으로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삶 전체를 걸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이시지만,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셔서 종의 모습으로 살아가셨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섬기셨습니다. 결국 십자가에서 모든 죄인을 위해 죽으심으로 가장 큰 섬김을 완성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너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느냐? 사람들에게 어떤 자리, 어떤 업적으로 남고 싶으냐? 아니면, 섬김으로 남기를 원하느냐?”

🔹 예화: 한 평생 교회 부엌에서 조용히 봉사했던 권사님 이야기를 생각해봅니다.
사람들은 잘 기억하지 않지만, 그분이 없으면 주일이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말없이 헌신하시던 그 모습이, 주님 보시기에 진짜 ‘큰 자’였습니다. 결국 장례식 때, 수많은 사람들이 그분의 섬김을 회상하며 눈물로 기억했습니다. 섬김은 결국 기억되는 방식입니다.

세상은 이름을 남기라고 하지만, 예수님은 섬김으로 남으라고 하십니다.
섬김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제자의 정체성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제자로서, 섬김을 우리의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 본론 2. 섬김은 시험을 이기는 길이다 (누가복음 22:28–32)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의 모든 시험 중에 항상 나와 함께 한 자들인즉” (28절)

이 짧은 한 마디에는 예수님의 깊은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고난의 여정을 앞두고 계시면서도, 연약한 제자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말을 건네시는 주님의 마음.
“너희가 나와 함께 있어 주었다”는 그 한 마디는, 단지 시간적으로 곁에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예수님의 고난과 사역에 동참했다는 의미입니다. 섬김의 동역자로 인정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에서 예수님은 시몬 베드로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시몬아, 시몬아, 보라 사탄이 너희를 밀 까부르듯 하려고 요구하였으나, 그러나 내가 너를 위하여 네 믿음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하였노니 너는 돌이킨 후에 네 형제를 굳게 하라” (31–32절)

사탄은 끊임없이 제자들을 흔들려 하고, 그 시험은 우리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하신 일이 무엇입니까? 기도하셨습니다.
시험을 면제해달라고 하신 것이 아니라, 믿음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하셨습니다.

🔹 이것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영적 교훈입니다.
시험은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섬김의 자리, 복음의 자리, 주님 곁에 머무는 자는
그 시험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주님이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기 때문입니다.

🔹 예화: 한 장로님이 큰 병 중에 이런 고백을 하셨습니다.
“기도조차 안 나올 때,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준다는 게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더 큰 위로는, 주님이 나를 위해 기도하고 계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주님은 오늘도 살아계셔서 우리를 위하여 간구하시는 대제사장이 되십니다(히브리서 7:25).
우리는 쓰러질 수 있지만,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주님이 우리를 붙들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한 가지 부탁을 남기십니다.
“너는 돌이킨 후에 네 형제를 굳게 하라.” (32절 하)
실패한 베드로는 회복된 뒤에, 형제를 굳게 하는 섬김의 사명자가 됩니다.
시험을 통과한 자는, 섬김으로 다른 이들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 그러므로 섬김은 단지 낮은 자리를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이기고 형제를 세우는 사명의 자리입니다.

 

🟧 본론 3. 섬김은 세상의 방식이 아닌 복음의 방식이다 (누가복음 22:33–38)

베드로는 주님 앞에서 다짐합니다.
“그가 말하되 주여 내가 주와 함께 옥에도, 죽는 데에도 가기를 각오하였나이다.” (33절)
하지만 예수님은 조용히 말씀하시죠. “이르시되 베드로야 내가 네게 말하노니 오늘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고 부인하리라 하시니라.” (34절)
베드로는 정말 진심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진심이 복음의 방식과는 달랐습니다.
자신의 열심과 의지로 주님을 지키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예수님의 길은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는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35절부터는 조금 이상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그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너희를 전대와 배낭과 신발도 없이 보내었을 때에 부족한 것이 있더냐?”고 물으십니다.
제자들이 “없었나이다”라고 대답하자,
예수님은 “이르시되 이제는 전대 있는 자는 가질 것이요, 배낭도 그리하고 검 없는 자는 겉옷을 팔아 살지어다”고 말씀하십니다(36절).
이 말씀만 들으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무장하라고 하신 것처럼 보입니다.

그랬더니 제자들은 “주여 보소서 여기 검 둘이 있나이다” 하며
정말로 검 두 자루를 내어 보입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짧게 말씀하십니다.
“좋다.” (Enough!) —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는 듯이, 대화를 끝내십니다.

🔹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제자들과 예수님 사이의 ‘방식’에 대한 오해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길, 복음의 방식으로 섬기려 하셨지만,
제자들은 여전히 세상의 방식—무력, 의지, 전략—으로 주님의 일을 하려 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결코 무장을 명하신 것이 아닙니다.
십자가가 곧 복음이며, 복음은 힘이 아니라 사랑과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 예화: 어느 시골 교회에서, 묵묵히 예배당 화장실 청소를 맡은 집사님이 계셨습니다.
사람들 눈에는 별일 아닌 것 같아 보여도,
그 섬김이 성도들이 은혜 받는 통로가 되었다고, 교회가 밝아졌다고 많은 분이 고백했습니다.
세상은 이런 일을 작게 보지만, 하나님 나라에서는 이것이 참된 힘이며 승리의 방식입니다.

오늘날도 우리는 주님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
때로는 사람을 움직이려 하고, 성과로 판단하려 하고, 내 뜻을 관철시키려는 방식으로 섬기려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섬김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낮은 곳에서, 묵묵히 십자가를 지는 방식, 그것이 복음의 방식입니다.

🔸 그러므로 우리는 섬김의 방식 자체도 복음적이어야 합니다.
사람을 살리고, 세우고, 용납하고, 겸손히 헌신하는 그 길이
바로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섬김의 길입니다.

 

🟥 결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앞두신 가장 긴박한 순간에도, 제자들에게 “섬김”을 가르치셨습니다.
세상은 ‘누가 더 크냐’를 따지지만, 주님은 ‘누가 더 섬기느냐’를 보십니다.
제자는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사람이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 섬김으로 남는 사람입니다.

시험 앞에서도,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도,
주님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중보하시며,
우리로 하여금 다시 일어나 형제를 굳게 하는 자가 되게 하십니다.
그리고 주님은 우리에게 복음의 방식, 곧 사랑과 희생으로 섬기는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세상은 힘 있는 사람을 기억하지만,
하나님 나라는 섬기는 사람을 기억하십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남기를 원합니까?

이제는 우리도, 주님처럼
섬김으로 살아가고, 섬김으로 기억되고,
섬김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제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기도
“주님, 저를 섬김의 사람으로 빚어주소서.
높은 자리를 구하기보다, 낮은 자리에 머무는 자 되게 하소서.
주님처럼, 조용히 그러나 진실하게 살아가는 제자가 되게 하소서.
시험 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섬김으로 주님의 사랑을 전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