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구하는 조서(에스더 8:1-17)
생명을 구하는 조서(에스더 8:1-17)
✍서론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 인생에는 때로 돌이킬 수 없어 보이는 결정이 내려질 때가 있습니다. 마치 이미 도장이 찍힌 공문서처럼, 그 어떤 노력으로도 바꿀 수 없어 보이는 상황 앞에서 우리는 절망하기 쉽습니다. 오늘 본문 에스더 8장은 그런 절망의 순간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역전된 역사를 보여줍니다. 하만에 의해 내려진 ‘죽음의 조서’는 페르시아 법에 따라 결코 철회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의 법과 한계를 초월하여 새로운 조서를 쓰게 하심으로 유다 백성에게 생명을 허락하셨습니다.
이 사건은 단지 정치적 반전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와 주권, 그리고 구속사의 그림자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죄와 사망의 조서를 십자가에서 뒤엎으시고, 생명의 복음을 새롭게 선포하신 역전의 주님이십니다. 오늘 이 말씀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께서 죽음에서 생명으로, 절망에서 소망으로, 심판에서 구원으로 우리를 이끄시는지를 깊이 묵상하길 원합니다. 그리고 이 말씀을 우리 삶에 적용하여,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복음의 조서를 선포하는 삶으로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 본론1 – 모르드개의 높아짐과 하나님의 섭리
에스더 8장은 놀라운 반전으로 시작합니다. 1절과 2절에서 하만이 죽임을 당한 이후, 그의 집이 에스더에게 주어지고, 모르드개가 하만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권력 교체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님의 숨은 섭리가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성도 여러분, 기억하시지요? 모르드개는 에스더서 초반에 성문 앞에 앉아있던 무명의 유다인이었습니다. 그는 하만 앞에 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족 전체가 죽음의 위협을 받게 된 장본인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시간은 결코 인간의 눈에 드러나지 않게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흘러갑니다. 하나님은 하만의 악함을 심판하시고, 모르드개를 높이심으로 하나님의 공의와 은혜를 함께 드러내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는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모르드개는 하만의 계획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그는 왕의 인장 반지를 받게 되는 자리까지 오르게 됩니다(8:2). 하나님의 백성은 때로는 낮은 자리에, 억울한 자리에 머물 수 있지만,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반드시 높임을 받게 됩니다. 이것은 세상의 성공과는 다른, 하나님의 손에 붙들린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참된 역전의 은혜입니다.
또한, 이 장면은 그리스도를 예표하기도 합니다. 예수님 역시 이 땅에서 멸시와 천대를 받으셨으나, 십자가의 죽음 이후 부활로 높아지셔서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받으셨습니다(빌립보서 2:9-11). 모르드개의 높아짐은 우리의 중보자이신 그리스도의 영광을 미리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우리가 삶에서 억울함을 겪을 때, 세상의 불의에 눌릴 때, 오늘 이 모르드개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이 여전히 일하고 계시며, 결국에는 의로운 자를 높이시고 악한 자를 낮추시는 주권자이심을 믿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억울한 일을 만났을 때에도 복수를 꿈꾸기보다, 하나님의 뜻을 기다리며 신실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 백성의 삶의 자세입니다.
🪔본론2 – 새로운 조서의 선포: 구속사의 반전
하만이 죽고 모르드개가 높아졌지만, 유다인의 위협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내려진 죽음의 조서가 살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페르시아 제국의 법은 한 번 왕의 이름과 인장으로 내려지면, 다시 철회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당시 제국의 절대적인 체계였고, 유다인은 여전히 그 법 아래에서 멸절될 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때 에스더는 다시 한번 목숨을 걸고 왕 앞에 나아가, 백성의 생명을 위한 간구를 합니다(8:3-6). 에스더는 이미 왕후의 자리에 있었고, 하만은 제거된 상태였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안위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백성 전체가 안전해지기 전까지는 그녀의 사명도 끝나지 않은 것입니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중보자의 사명, 즉 그리스도의 사명을 떠올리게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하늘 보좌에 앉으셨으나, 여전히 우리를 위해 간구하시며(로마서 8:34), 그 백성이 모두 구원받을 때까지 쉬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결국 아하수에로 왕은 모르드개와 에스더에게 새로운 조서를 쓸 권한을 줍니다(8:8).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전 조서를 폐기하지 않고, 새로운 조서가 그 위에 쓰여졌다는 것입니다. 이제 유다인은 자신들의 생명을 방어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되며, 이 조서도 왕의 반지로 인봉되어 절대적인 효력을 갖게 됩니다.
이 장면은 구속사적으로 볼 때, 율법 아래 놓인 인간이 복음을 통해 새로운 생명의 길을 얻게 된 구원의 역사를 예표합니다. 죄의 삯은 사망이라는 ‘조서’가 인간 모두 위에 선포되어 있지만(롬 6:23),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인해 새로운 생명의 조서, 곧 복음의 조서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율법은 폐해지지 않았지만, 복음은 그 율법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새로운 생명의 길을 여는 하나님의 완전한 반전입니다.
모르드개와 에스더가 새로운 조서를 전령을 통해 전국에 퍼뜨렸듯이(8:10, 14), 오늘날 교회는 복음이라는 새로운 조서를 세상에 전하는 사명을 맡았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단지 한 개인의 구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죄와 사망 아래 있는 인류 전체를 향한 생명의 소식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성도들은 주님의 이 위대한 반전의 은혜를 믿을 뿐 아니라, 그 은혜를 세상에 선포하는 ‘복음의 전달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은 어떤 조서 아래 살아가고 있습니까? 세상의 정죄와 실패, 자책의 조서에 여전히 눌려 살아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선언합니다. 이제 생명의 조서가 선포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자유하며, 어떤 죄도, 어떤 과거도 이 생명의 조서를 무효화시킬 수 없습니다.
🪔 본론3 – 기쁨으로 바뀐 슬픔: 공동체적 회복과 영적 부흥
본문의 마지막 부분인 에스더 8장 15절부터 17절에는 극적인 반전의 절정이 등장합니다. 모르드개가 왕의 위엄 있는 옷을 입고 나올 때, 수산 성은 환호합니다. 유다인들은 슬픔에서 기쁨으로, 애통에서 즐거움으로 전환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8:16). 그동안 죽음의 그림자 아래 움츠러들며 숨어 살아야 했던 유다인들이 이제는 당당하게 자신들의 신분을 드러내고, 공동체적으로 회복과 부흥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감정의 변화가 아닙니다. 이는 하나님의 구원이 실제 삶 속에서 어떻게 열매 맺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은 단지 내면의 위로로 끝나지 않고, 삶의 영역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능력입니다. 모르드개가 입은 왕의 옷과 왕관은 그 변화의 외적 증거였고, 유다인의 잔치와 즐거움은 공동체 전체가 그 은혜를 함께 나누는 언약 공동체적 회복의 모습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17절입니다. “여러 민족 사람이 유다인을 두려워하여 유다인 되는 자가 많더라.” 이 말씀은 에스더서 전체 중에서 가장 선교적인 선언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의 회복이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많은 이들이 유다인처럼 되고자 했다는 것입니다. 은혜의 역전은 단지 내부 회복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로 퍼지는 전도적 영향력을 가지게 됩니다.
이것은 오늘날 교회의 사명과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자로서 기쁨과 감사로 살아갈 때, 그 모습이 세상의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도구가 됩니다. 억지로 전도지를 들이대는 것보다, 우리 안에 있는 소망과 기쁨이 자연스럽게 전파되는 삶이야말로 복음의 향기입니다(고후 2:14).
또한, 이 말씀은 신자의 정체성 회복에 대해 도전합니다. 유다인들은 이제 숨지 않고, 자신이 하나님의 백성임을 드러냅니다. 그동안 위협과 두려움 속에 숨어 살아왔지만, 이제는 당당히 살아갑니다.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시선과 압력 속에서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의 조서를 주셨다면, 우리는 이 세상 한복판에서 “나는 하나님의 사람입니다”라고 고백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이 본문을 통해 우리도 믿음의 공동체로서 함께 회복되며, 이 시대 속에서 복음의 기쁨을 당당히 드러내는 자들이 되기를 원합니다. 구원의 은혜는 결코 개인적인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공동체를 살리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능력입니다.
🕊 결론 – 십자가에서 선포된 영원한 생명의 조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에스더 8장에서 우리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죽음의 조서 앞에 섰던 유다 백성이,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로 생명의 조서를 받는 반전의 역사를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곧 복음의 그림자입니다. 죄로 인해 정죄받고 영원한 사망이 선포된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새로운 조서, 곧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하만의 조서보다 더 강력한 사망의 권세를 깨뜨렸고, 부활은 우리 모두에게 영원한 생명을 선포하신 최종적 선언입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죄의 종이 아니며, 두려움에 얽매일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는 생명의 조서를 받은 백성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이 복음의 조서를 붙들고 살아야 합니다. 억울한 일을 만나도 하나님의 섭리를 신뢰하며, 공동체 속에서 복음의 기쁨을 나누며, 세상 속에 담대히 우리의 정체성을 드러내야 합니다. 모르드개와 에스더가 그들의 시대를 구원의 도구로 살았던 것처럼, 우리도 오늘 이 시대의 복음 전달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이제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 “주여, 내가 생명의 조서를 받은 자임을 잊지 않게 하소서. 십자가의 은혜에 감격하며,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담대히 선포하며 살게 하소서. 나의 가정과 교회, 그리고 이 땅에 복음의 기쁨이 충만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